감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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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potato)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해 인류를 배고픔의 공포에서 구한 옥수수, 고구마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이다. 구황작물이란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물 대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뜻하는데 감자는 추운지역이나 4,000m 고산지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덩이줄기 식물로 양분을 땅속에서 줄기에 축적하기 때문에 전란에도 피해가 적고 3개월이라는 단기간내에 수확이 가능하며 심지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도 수확하여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류가 번영하는데 큰 역할을 한 작물이다. 현재 재배 작물 중 가장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안지대, 고산지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부터 일년내내 눈의도 덮여있는 그린란드에서도 감자를 재배하고 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감자를 우주인들의 식량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1995년에 콜럼비아 호에 실어 보내 무중력 공간에서의 우주 재배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우주식량으로서 감자를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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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기원>

감자의 원산지는 페루 남부, 볼리비아 북서부 지역의 안데스 고지대로, 기원전 8,000~5,000년 경 재배가 시작되었다. 기원후 1세기에 페루 북쪽 해안에서 번성했던 모체문명의 토기에서 감자와 같은 모습의 식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미루어보아 아주 일찍부터 지역 원주민들의 주식이었다고 보여지고, 이후에 감자는 잉카제국의 주식 중 하나가 된다. 고대 잉카인들은 속살이 노랗고 검고 자주색의 감자를 먹었는데 'papas'로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유럽으로의 전파>

감자가 유럽으로 언제 전해졌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16세기 초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정복에 열을 올릴 시기에, 스페인 탐험가이자 정복자인 곤잘로 히메네스 데 케사다(1499-1579)가 1536년에 남미지역을 탐험하던 중 항해용 비상식량으로 감자를 선적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늦어도 16세기 중후반 경에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여진다. 

 

 

<유럽으로 간 감자의 수난>

감자는 16세기 중후반경에 처음 유럽에 도입되었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뭉툭하고 흙먼지에 뒤덮여 못생기고 씨앗도 없이 땅속에서 자라는 덩이식물 감자는 유럽인들에게는 너무나 이상한 작물이었다. 감자가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 감자가 생소한 유럽인들은 실수로 감자 싹과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을 먹었다. 감자싹이나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분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기증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중독을 겪었다. 감자에 들어있는 독성은 치사량 400mg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감자를 잘 못 섭취한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게다가 감자의 못생긴 모습 때문에 나병을 일으킨다거나 성서에 언급되는 작물과 달리 씨앗도 없이 번식하는 감자는 악마의 작물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 소빙하기라고 부르는 기후변화가 찾아왔는데 갑자기 낮아진 기온 때문에 작물 수확량이 확연히 줄면서 식료품의 가격이 올랐다.

 

2000년 동안의 평균기온변화 / 위키피디아

이는 식량부족, 30년 전쟁 등 사회적으로 큰 위기들을 몰고왔고 또한 당시는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가 싹트고 중세의 암흑기가 몰락하는 시기였다. 당시 기후적 변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중세 세계관의 붕괴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인들은 그 책임을 소수인 집단에게 돌리려고 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녀사냥이 그 중 하나다. 감자 또한 종교재판에 넘겨져 세상의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가 덩이줄리로만 번식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고 화형을 내린다.

 

-영국에서 감자가 늦게 재배된 이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제위 1558~1603)는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혀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았던 감자를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싶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이 먼저 감자를 먹으면 모든 국민이 감자를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귀족과 정치가 등 상류층을 설득하기 위해 감자파티를 열었으나 감자의 독성에 대해 몰랐던 요리사가 독성이 있는 감자의 잎과 줄기를 모두 사용해서 요리하는 바람에 감자요리를 먹은 귀족들은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 자신도 솔라닌에 중독되어 죽을 뻔 하게 되고 영국인들은 여왕의 의도와 반대로 감자를 더욱 기피하게 된다. 그리하여 16세기에 영국에 들어온 감자는 19세기 식량으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 수백년이 더 걸리게 된다.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유럽에서 가장 빨리 감자를 주식으로 삼은 아일랜드

17세기에 다른 유럽국가들은 감자를 먹지 않았고 관상용이나 가축의 사료로 재배하고 있을 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영국의 곡물 수탈 때문에 항상 가난에 허덕였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국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감자를 주식으로 삼기 시작했다. 하지만 1845년에 어느 날 갑자기 감자역병이 아일랜드 전역에 발생하고 감자수확량이 급격히 줄게 된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대기근에는 관심이 없었다. 감자역병으로 주식이 없어져 아일랜드인들이 죽어갔지만 영국인들의 수탈은 계속 되었고 그 결과 1845년에서 1852년 대기근 동안 굶주림으로 약 100만명이 사망하고, 100만명이 해외로 이주해 당시  800만이었던 아일랜드 인구의 1/4이 줄게 된다. 그 이후로도 계속된 인구 감소와 해외 이주 증가로 1911년에는 440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로 줄게 된다.

 

아일랜드와 유럽의 인구 증가 /위키피디아

19세기 당시 미국은 서부개척을 끝내고 본격적인 공업화가 이루어지던 때로, 굶주림을 못이겨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이일랜드인들은 미국의 공업화와 근대화에 큰 기여를 함으로써 당시 최강국이었던 영국을 넘어 지금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케네디를 비롯해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 많은 미국의 대통령들과 월트디즈니, 맥도날드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도 아일랜드 후손들이다.

 

아일랜드 이주 노동자들 출처: https://www.irishamerica.com/2012/07/galway-celebrates-photographs-irish-connection/

 

-감자대왕 독일 프로이센 왕국 프리드리히 2세(제위 1740-1786)

18세기 프로이센(후 독일제국)은 나라 수입의 대부분을 국방비에 쓸 정도로 국방력 강화에 힘썼지만 당시 프로이센은 농사를 짓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다. 프로이센이 부국강병으로 가기위해서는 식량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로 프로이센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자는 그 당시 다른 유럽의 나라들 처럼 프로이센 사람들에게 악마의 작물로 반감이 커서 가축들 사료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사람들 앞에서 감자를 맛있게 먹었고 사람들에게 감자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감자밭에 군대를 배치해 감시함으로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감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프리드리히 2세는 강제로 농민들에게 감자를 재배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어긴자들을 체포하여 귀와 코를 자라는 등 무거운 형별을 내렸다. 하지만 그 또한 결과가 신통치 않자 고심 끝에 그는 왕과 귀족만 감자를 먹을 수 있다고 공표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그의 묘안은 프로에센에 감자 보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후에 감자는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쿠너스도르프 전투 , Alexander Kotzebue, 1848년작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대왕'이라고 불린다. 그의 묘지에는 항상 감자들이 올라가 있다.

 

-루이 16세(제위 1774-1792)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와 실제로는 하지 않았지만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고 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프랑스 사람들에게 감자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루이 16세는 단춧구멍에 감자꽃을 꽂아 장식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사치스러운 장비를 사랑하는 것 처럼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감자꽃을 사랑했고 루이 16세의 뜻에 따라 감자꽃 모양의 장식을 꽂고 다니며 감자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궁영농장에 감자를 재배하면서 낮에는 엄중하게 경비를 세우고 밤에는 느슨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감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훔쳐가게 하는 전략으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감자를 널리 보급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